
“아빠, 바다가 보고싶어!”
내가 insta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말해 줄게.
나는 지금 제주도에 살고 있어.
내 딸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바다 건너 다른 지역으로 갔어.
잠시 제주도에 왔을 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더라.
나는 알아.
어떤 사람들은 힘들 때 ‘바다가 보고 싶어‘, ‘술 한잔하고 싶네‘, ‘바람 쐬러 여행 가고 싶다‘ 말하거든.
‘내가 힘들어‘라는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어.
나도 그래! ㅎ
나는 딸에게 힘든 일이 있겠구나 생각 했어.
하지만 마땅하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힘이 없었어.
딸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게 마음이 아팠어.
딸은 다시 바다를 건너 학교로 돌아갔어.
나는 딸이 insta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, 매일 바다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렸어.
인스타를 할 줄도 몰랐어.
어찌어찌 그냥 릴스 올리는 법만 배웠지.
나이 50 중반에 이런 일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.
하지만 내 딸이 한 번만이라도 보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거야.
나는 매일 바다를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올렸어.
처음에는 예쁜 사진을 찍으려 애썼어.
작품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었나 봐.
책도 보고, 인터넷도 뒤져보며 사진을 잘 찍어보려고 했었지.
하지만 어느 날인가 사진을 찍고 올리다 보니 알게 됐어.
나보다 월등히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은 많고, 나의 목적이 끝내주는 사진이 아니라 그리운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거야.
그래서 마음이 좀 편해졌어.
나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고, 사양 낮은 핸드폰을 갖고 있지.
좋은 카메라를 장착한 핸드폰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이 가득해! ㅎ
좋은 카메라는 좀 더 매력적인 사진을 찍릉 수 있을 것 같거든.
하지만 나는 평범한 일상의 사진을 무기로 삼기로 했어.
나만의 서투른 사진이라도 나의 감정과 기분을 담을 수 있다면 좋았어.
인스타를 보면서 나는 정보의 홍수를 경험했어.
너무 훌륭하고 너무 거대한 정보가 흘러넘치고 있었어.
나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별 의미 없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.
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보면서 ’잠깐 쉼‘.
내 딸에게 말해 주고 싶은 거야.
’단 몇 초라도 잠깐 너의 눈과 마음이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져!’
하루하루가 의미 있는 새로운 하루였어.
’오늘은 어디서, 어떤 사진을 찍을까?‘라는 생각이 삶의 동력이 되는 거야!
그런 생각을 하고 사진을 찍으러 가는 행동 자체가, 그 기다림 자체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 거야.
놀라운 경험이었지.
더 놀라운 건 사람들이 본다는 거야.
나는 생각했어.
나의 사진이 내게 위로가 되고, 보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…
누군가에게 자그마한 위로라도 줄 수 있다면!
언젠가는 이곳을 떠나게 될 모든 사람에게 그리어 할 이곳을 보여줄 수 있다면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겠구나.
나에게 의미 있는 어떤 할 일이 생긴 거야.
내 딸은 아직도 내 인스타를 보지 못 했나 봐. ㅎ
언젠가는 알게 됐으면 좋겠어.
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게 될 거야.
아빠가 항상 너를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! ㅎ
– the end –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