‘쓰는 것’의 힘 – 감정 일기

“하루를 되돌아보는 건 생각보다 나를 더 잘 알게 해주는 일입니다.”

바쁜 하루를 보내고 밤이 되어 조용한 방에 앉아 볼펜을 잡습니다. 누가 보지 않는 글, 평가받지 않을 문장들을 적어 내려갑니다.
이 시간은 오직 나를 위한 작은 의식이 됩니다.
바로 ‘감정 일기’ 쓰기입니다.


🧠 감정을 글로 쓰는 것이 왜 도움이 될까요?

심리학자 제임스 페네베이커(James Pennebaker)의 연구에 따르면,
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완화, 면역력 강화, 심리 회복 탄력성 증가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.

그의 대표적 실험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게 한 그룹단순한 일상 사실만 적게 한 그룹을 나누어 비교했는데,
감정을 표현한 그룹이 훨씬 더 빠르게 부정적 감정을 정리하고 긍정적인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.

‘말하기 힘든 감정’은 종종 무의식에 쌓입니다. 그 감정들은 글을 통해 조금씩 외부로 흘러나오고, 언어로 정리되면서 객관화됩니다.
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감정에 휩쓸리는 대신, 감정을 하나의 정보처럼 다룰 수 있게 됩니다.


종이에 손으로 직접 쓰는 글씨
이미지 출처: aaron-burden, Unsplash

📓 감정 일기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?

감정 일기를 시작하는 데 거창한 형식은 필요 없습니다. 아래는 간단한 예시입니다:

  • 오늘 나를 가장 강하게 흔든 감정은?
  • 그 감정을 느끼게 된 상황은 어땠는가?
  • 내가 그 상황에서 한 생각과 반응은?
  •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, 나는 어떻게 다르게 반응할 수 있을까?

처음에는 매끄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.
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’보다 ‘지금 이 감정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’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시작입니다.


✍️ 감정 일기의 진짜 힘은 ‘솔직함’입니다

저는 한동안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었습니다. 속으로는 많은 감정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늘 “괜찮아”라고 말하곤 했죠.
하지만 어느 순간, 그렇게 억눌러온 감정들이 자꾸만 쌓이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.

그때 시작한 것이 ‘감정 일기’였습니다.
하루 중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짧게라도 그 감정의 색깔을 적어보았습니다.

예를 들어,

  • “오늘 회의에서 의견이 무시당했다고 느껴져서 서운했다.”
  • “친구와 대화 중 이유 없이 위축되었다.”
  • “산책 중 햇살을 보며 편안함을 느꼈다.”

단 몇 줄이었지만, 그 순간의 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록이었고, 나중에 돌아봤을 때
‘나는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는구나’ ‘이런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되는구나’
하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.


🌱 감정 일기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방법입니다

일기를 쓰는 것은 **‘나 자신을 꾸준히 들어주는 일’**입니다.
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‘해야 할 일들’ 사이에 자신을 잊고 살았죠.

단 5분이라도 좋습니다. 하루의 마지막에 노트 한 페이지를 채워보세요.
타인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고, 문장이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.
중요한 건 **‘마음에 있는 것을 꺼내는 것’**입니다.


🌄 오늘 밤, 펜을 들어보세요

감정 일기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마음을 정리하고 감정을 통합하는 작은 쉼표가 되어줍니다.
오늘의 나를 잘 마무리하는 연습이, 내일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.

오늘 밤, 조용한 방에서 펜을 들어보세요.
마음의 소리가 종이에 닿을 때, 당신은 이미 스스로를 돌보는 길 위에 서 있을 것입니다.